시키는 향년 메이지 35년(1902) 6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과일첩」이라는 제목으로 수채화로 야채와 과일 18점을 그렸습니다. 이 화첩(세로 12cm 가로 9cm 상자포함)에 휘호를 부탁한 하이쿠 제자 소산진이 아버지의 나라(청나라)에서 죽었기 때문에 시키가 사용했습니다. 그중에는 친구인 화가 시모무라 이잔의 담채화 두 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시키의 카리에스는 더욱 악화하여 매일 진통제인 모르핀을 복용했습니다. 여동생의 간호를 받으며 약 효과가 있는 동안 누워 불편한 자세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小生唯一の療養法は「うまいものを喰ふ」に有之候 (『墨汁一滴』)
소생의 유일한 요양법은 ‘맛있는 것을 취함’에 있다 (「먹물 한 방울」)


시키는 삶에 활력을 음식에서 찾았습니다. 생선회는 매일 먹어도 맛있으며, 과일과 과자, 차는 소화가 어려워도 맛있다고 남겼습니다. 의사에게 소화불량이 되는 과일은 조심하라고 주의를 받았던 것입니다. 투병기록인 「앙와만록」에 있는 하루의 식단을 보면 중병인 사람이라 여겨지지 않는 많은 양에 놀라게 됩니다.
사망한 전년도에 쓴 연재인 「과일」 중의 한 글인 「과일과 나」에는 좋아하던 과일에 대한 집착과 함께 시키 특유의 독특한 분석력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가 과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질병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린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서생이 되어서도 과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두 달 치의 학자금이 들어오면 쇠고기를 먹은 후에 늘 과일을 사와 먹고는 했다. (중략) 병에 걸려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밖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음식을 취하는 것이 최고의 사치가 되어 결국에는 과일도 매일 먹게 되었다. 매일 먹게 되면서 특별히 무엇이 맛이 있기보다는 못 먹어본 것이 맛있다고 생각되면서 계속 먹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신맛이 많은 것이 가장 물리지 않아 더욱 먹게 되는데, 아마도 이것은 열이 있는 까닭일 것이다. 여름밀감 등은 특히나 신맛이 강해 보통 사람들은 먹지 않지만, 열이 날 때 아주 맛있게 느껴진다. 이에 반해 사과와 같이 신맛과 즙이 적은 과일은 처음에는 아주 맛있어도 이 삼일 먹으면 금세 싫증이 난다. 감은 아주 달콤하며 즙은 없지만, 사과처럼 텁텁하지 않기 때문에 물리지 않고 먹는다. (중략) 바나나도 맛있다. 파인애플도 맛있고, 오디도 맛있다. 마키나무의 열매도 맛있다. 먹어보지 않은 것은 삼나무 열매와 만년청의 열매 정도이다.’
또한, 소론 「온지키코」 (국립 국회도서관 소장)에는 만요슈, 겐지모노가타리 등의 고전에 등장한 음식에 관한 글을 들어 그에 대한 해석을 썼습니다. ‘소금’, ‘어묵’, ‘게’, ‘도미’, ‘뱀장어’, ‘파’ 외에, ‘나라즈케’, ‘유즈케’ 등 36건에 이릅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음식에 대한 시키의 열정과 고찰이 두드러지는 글입니다.
시키는 「과일첩」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뜬 메이지 35년(1902)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친구인 나카무라 후세츠에게 받은 화첩을 「화초첩」이라 칭하고, 꽃나무 17점을 단숨에 그렸습니다. 「나팔꽃」은 이웃의 구가 카츠난의 딸들이 가져온 것입니다. 열심히 그린 이 「나팔꽃」을 마지막으로, 한 달 후인 9월 19일에 시키는 34세 11개월의 삶을 시키암에서 마감하게 됩니다.

우측 「화초첩」권두의 베고니아, 좌측 금련화, 금련화는 ‘노우젠하렌(영명 Nasturtium)’이라는 통칭이 있다.

마지막 잎새가 된 나팔꽃 그림
